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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하다

을지로입구 디스트릭트C 아크앤북-인스타감성 예쁜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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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 을지로 입구역 1-1 출구쪽에 있는 부영빌딩 B1층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형태의 서점 '아크앤북(ARC.N.BOOK)이 입점했습니다. 


2019/01/09 -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플로이(ploi)' 을지로 아크앤북에서 만나다



강남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과 한강진역에 있는 '북파크'에 이어 을지로 입구에도 핫플레이스가 될 만한 신개념 서점이 들어선 것인데요, 얼핏 보면 일본의 유명한 '츠타야 서점'을 한국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서점 안에 유명 맛집과 카페가 자연스럽게 한 코너인 것처럼 들어서 있어 책과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점과 한 몸처럼 섞여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부분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어디서부터 둘러봐야할지 시선이 분산되는데요, 하드커버의 책들을 진열해놓은 품격있는 서가와 영국 어느 거리에 와 있는 듯한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그리고 형형색색 색깔도 모양도 화려한 아이스크림 매장(에멕앤볼리오스)과 1946년부터 전통을 지켜온 태극당 베이커리의 분점 등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정면에 보이는 아름다운 아치형 책 터널입니다.



아크앤북(ARC.N.BOOK)은 아치(ARCH)와 책(BOOK)을 일컫는 합성어인데요, 서점 안으로 들어가 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됩니다. 아크앤북의 상징으로 유명해진 이 아치형 책 터널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별마당 도서관의 웅장한 규모나 북파크의 24m 길이의 대형 서가와 같은 웅장함은 없지만, 책으로 이루어진 아치형 터널을 지나가면 지식의 바다로 들어가는 길이 열리는 기분이 들어 두근두근 가슴이 설렙니다. 



차근차근 둘러보기로 하고 서점의 외곽부터 천천히 구경했습니다. 아치형 터널 옆으로 해리포터와 호빗, 신비한 동물사전의 하드커버 스페셜 에디션 설정집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습니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래핑이 되어 있어서 책 표지만 구경하기 일쑤였는데, 이곳에선 과감히 책을 오픈해 책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서가에 진열된 책만 보더라도 볼거리가 가득해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마블과 DC 팬들을 사로잡는 슈퍼히어로 책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태극당 베이커리 카페가 눈에 들어옵니다. 장충동 본점에 비해 선보인 메뉴는 단출하지만, 모나카 아이스크림과 다양한 종류의 전병들, 정겨운 이름의 빵들이 준비되어 있어 옛날 빵과자에 대한 향수가 있는 분들에겐 반가운 장소입니다. 


2019/01/04 - [맛을보다] - 장충동 전통있는 빵집 태극당 SINCE 1946

 


태극당 바로 앞에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띵굴' 스토어가 있습니다.  


라이프, 홈웨어, 음식, 패션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마켓 편집샵인 '띵굴'은 2015년부터 '띵굴시장'이라는 플리마켓을 운영해 오면서 프로살림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고 하네요. 



입구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다양한 상품들이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진열되어 있는데요, 마치 어느 집의 대문을 살짝 열고 구경을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매장 구성이 아주 독특하고 인상적입니다.



다시 아치형 책 터널 앞으로 돌아와 왼쪽으로 돌아가면 골동품점이나 전당포 입구처럼 보이는 캐셔 카운터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캐셔 카운터 전면으로는 외로운 불빛을 밝히는 가로등과 벤치가 놓여있고, 그 옆에 붉은색 전화부스가 놓여있습니다. 이 운치있는 시설물은 바로 도서검색대입니다. 책 하나를 검색하는데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깜찍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입니다. 



아크앤북이 인상적인 또 한 가지는 책 진열 방식입니다. 기존의 '컴퓨터, 인문, 예술, 취미..' 같은 도서 분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열은 이쁘지만 왠지 중구난방으로 책이 흩어져 있는 것 같아서 잠시 당황했지만 전체적으로 훑어보니 이곳의 진열방식은 '도서 장르'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받을 수 있는 몇 가지 큐레이팅 방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일상(Daily), 주말과 여가(Weekend), 영감(Inspiration), 스타일(Style) 4가지로 크게 분류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상에 필요한 정보와 타인의 경험담, 생각, 제안 등을 담은 책들이 소개되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상품과 오브제, 선물 등이 함께 진열되는 방식입니다. 원하는 책을 콕 집어 찾기엔 다소 방만해 보이는 구성이지만, 정 찾기 어려우면 예쁜 전화부스처럼 생긴 도서검색대를 이용하면 되니까요. 



세세하게 둘러보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라이프 스타일 제안에 더 중점을 두어서 그런지, 컴퓨터나 법률, 기술 같은 딱딱한 전공 서적이나 어학 관련 책들은 아주 소량 준비돼 있더라구요. 아동 서적도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구요. 언뜻 보기엔 정서 함양이나 취미의 공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접근들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한 구성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아이디어가 넘치는 책들이 많고 평소에 다른 서점에서 보지 못했던 레어한 책들도 눈에 많이 띄었어요. 



책을 둘러보는 와중에 음식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길래 눈을 돌렸더니 서점 안에 식당들이 콕콕 알 박듯 들어서 있습니다. 스스시시(일식), 타따블(태국), 운다피자 식당이 문을 열었고, 가수 헨리가 운영하는 대만음식점인 샤오짠도 오픈을 했네요. 식당 옆에 관련 국가나 음식 관련 책들이 진열돼 있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이 외에 고급 레스토랑 플로이와 식물학 카페가 입점해 있습니다. 


기존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서점 안에도 푸드코트가 따로 있고, 북파크 내에도 서점과 연결된 곳에 자연스럽게 카페가 자리하고 있지만, 기존 대형서점들이 계산하지 않은 책을 입점된 매장 내에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아크앤북 안에서는 책을 들고 서점 안에 있는 식당이든 카페든, 어디든 원하는 곳에 들어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한 컨셉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편리하고 예쁘게 꾸며진 공간에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어 좋지만,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면서 여기저기 들고 다니다 자칫 책이 훼손되면 (소비자에게 이를 물게 하진 않을 거 같고) 혹여 출판사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좀 들긴 하더라구요.



식당이나 카페가 많이 입점돼 있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책이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컨셉룸같은 '보여주기식' 구성인데다 책 자체가 식당가나 팬시상품들의 들러리 장식같은 인상을 받기도 했거든요. 마치 인스타 감성을 위해 탄생한 새로운 테마 스튜디오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냥 휴식을 취하러 간 사람들에게는 여기저기 편하게 놓여있는 의자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 및 카페가 감사할 따름이지만 책의 실질적인 판매에서 수익을 얻는 것보다 부수적인 것으로부터 얻는 수익이 더 큰 구조가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은 이미 한 번 봤어도 구입하기 마련'이지만 출판사들 입장에선 살짝 볼 멘 소리가 나올만 하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크앤북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편의시설과 볼거리 많은 편집 구성, 어딜 가든 넉넉히 앉을 수 있는 편한 의자,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까지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이 시설이 새롭고 반갑지 않을 수 없답니다.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일반 서적보다는 구하기 힘든 레어한 아이템이나 독특한 디자인과 컨셉의 책 코너가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팬시상품도 비슷비슷한 구성보다는 분야별로 좀더 전문적인 아이템으로 구성되면 좋겠습니다. '아크앤북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이템들을 많이 늘려가면 더 많은 발걸음들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29 B1F

매일 10:0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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