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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보다/2019

수요미식회 서촌 만두 맛집 - 취천루 & 김용현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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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예전에 있던 취천루라는 만두집을 검색했더니 명동에서는 이미 오래 전 문을 닫았고, 그곳 주방장이셨던 분이 개업한 가게가 서촌에 있다는 걸 알고 서촌으로 향했습니다.

 

경복궁역 우리은행 뒷편 골목에 2층으로 된 매장이었어요. '명동 70년의 역사' '수요미식회 만두편 방영'이라고 커다랗게 쓰여진 엑스 배너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1층은 주로 4인 이상 손님을 받는 것 같았고, 둘이서 왔다고 하니 2층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창가쪽 자리와 실내 내부 자리가 2곳으로 나뉘어져 아담하게 배치되어 있었어요. 

 

만두뿐 아니라 일반 식사와 중화요리도 함께 있더라구요. 마파두부와 유니짜장, 교자만두를 주문했습니다. 일부 만두는 요일별로 서비스하는 날짜가 따로 정해져 있더라구요. 

 

마파 두부가 제일 먼저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맵지 않고 먹기 수월할 정도의 매콤함과 담백함이 살아 있는 맛이었습니다. 매운 걸 잘 못먹는 제 입맛에는 아주 부드럽고 가벼워서 좋더라구요.

 

유니짜장은 아주 담백한 맛이었어요. 일반 짜장의 단맛보다는 좀 약하고 풍미가 있지만 좀더 담백해서 살짝 심심한 느낌도 나는 그런 맛이었어요. 

 

교자 만두는 만두 하나 크기가 큼지막해서 먹음직스럽더군요. 만두피가 살짝 도톰한 만두가 좋은데, 취천루 만두가 딱 제 취향이었어요. 안에 들어간 만두소도 고기 누린내 없고 후추맛으로 버무린 일반 만두와는 달리 아주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었어요. 

 

건강하고 맛있는 만두 중에서 좋아하는 곳이 세 곳이 있는데, 하나는 부암동 자하손만두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 스타필드의 평양면옥 만두, 그리고 마지막이 이 취천루 만두가 추가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취천루>평양면옥>자하손만두 순입니다. 자하손만두는 맛있지만 지나치게 건강한 웰빙 만두로 맛이 슴슴해서 환자식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담백 그 자체입니다. 

평양면옥 만두는 두부맛이 살아 있어서 아주 부드럽고 자극없는 맛인데, 물만두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교자만두인 취천루를 가장 선호하는 맛으로 꼽았습니다. 

 

만두 크기가 크다보니 너무 배가 부르더라구요. 다음엔 식사를 시키지 않고 만두 두 종류를 시키거나, 아니면 만두 하나에 식사 하나만 시켜도 충분할 것 같아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서 걸어나오니,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베이커리가 눈에 띄더라구요. 김용현 베이커리 제과 제빵 연구소라는 매장이었는데, 명장의 손으로 탄생한 그리운 빵들이 잔뜩 있더라구요. 요즘의 세련된 유럽풍 베이커리가 아니라, 마치 장충동 태극당을 연상시키는 정감있는 제과점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내부 사진은 찍지 않았고 빵만 몇 개 집어왔는데, 겉보기엔 아버지가 퇴근할 때 사오시던 동네 빵 같은 느낌이지만, 속이 어찌나 알차게 꽉 들어있는지 만든 분의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빵이었어요. 

 

특히 통팥과 단팥빵은 팥소가 빵 끝까지 꽉 차 있어서 정말정말 맛있더라구요. 서촌에서 유명한 다른 빵집에서 파는 콘브래드 비슷한 빵도 있었는데, 전자 렌지에 살짝 돌려먹으면 야채 호빵같은 맛인데 빵은 겉이 달달하고 촉촉해서 너무 맛있습니다. 크림이 들어간 바나나 빵도 입에서 살살 녹았어요. 크림빵은 많이 먹으면 느끼한데, 이 집 빵은 그런 게 없더라구요.

 

밀가루 빵을 먹으면 먹고나서 속이 더부룩 할 때가 많은데, 김용현 베이커리 빵은 다 먹고 나도 속이 가뿐해서 완전 취향이더라구요. 동네에 이런 빵집 있으면 매일 갈텐데, 아쉽게도 경복궁역 근처 나갈 일 있을 때나 살 수 있겠네요. 오랜만에 정감있으면서도 맛있는 빵집을 만나게 돼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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