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한 사다리 - 겨울방학 초등학생과 함께 놀면 좋은 보드게임

겨울방학이라 초등학생 조카가 놀러왔습니다. 한창 팔팔할 때라 놀아도 놀아도 지치지 않는 무적의 초딩을 위해 극장에도 데리고 가고, 쇼핑몰 구경도 가고, 게임코너에서 신나게 놀았지만 그래도 에너지가 남아도나 봅니다. 집에 와서 윷놀이도 하고, 트럼프로 원카드도 하고 할리갈리 게임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더니, 그 날 밤에는 아주 곯아 떨어지고 말았죠. 다음 날에도 했던 놀이 또 하면서 노는데, 뭔가 새로운 놀이를 하고 싶어서 전 날 사왔던 보드게임을 꺼내들었습니다. 

일명 '신묘한 사다리' 게임입니다. 나영석 PD가 연출하고 강호동, 이수근, 송민호 등이 출연해 유명해진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에 나오는 대표 캐릭터 신묘한과 용신,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나오는 보드게임입니다. 원래 이 게임에 앞서 드래곤볼을 수집하는 '신묘한 알까기'도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신묘한 사다리'만 들고 오고 말았죠. 하지만 '신묘한 알까기'가 없어도 '신묘한 사다리' 자체가 별도의 룰이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머리가 맨질맨질한 4명의 신묘한 캐릭터에게 각각 다른 머리모양을 끼워주면 삼장,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으로 변신합니다. 신묘한 특유의 뻔뻔한 것 같기도 하고 멍~한 것 같기도 한 표정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구름모양의 발판을 끼우면 게임 말이 준비됩니다.

먼저 보드 판을 조립해야 하는데, 안에 들어있는 산틀 1개와 산길 3개를 결합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작업입니다. 중간중간 바윗돌도 끼워넣을 수 있고, 옥룡설산은 제일 꼭대기에 꽂은 후 용신을 올려주면 게임판이 완성됩니다. 

말판은 1부터 47까지 있는데, 중간중간 숫자판 위에 '신묘한'과 '기묘한'이 그려져 있습니다. 주사위를 던져서 해당 숫자에 '신묘한'이나 '기묘한'을 만나게 되면 사다리나 폭포를 설치하거나, 이동, 제거할 수 있습니다. 즉 내 말이 빨리 위로 올라가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하다가, 상대방이 앞서 가면 폭포를 만들어 밑으로 떨어뜨리는 '물귀신 작전'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이동한 곳에 다른 말이 있으면 그 말을 앞이나 뒤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게임 참가인원은 최소 2명부터 4명까지 가능합니다. 순서대로 주사위를 굴려 숫자만큼 이동하다가, 신묘한, 기묘한이 있는 칸에서 사다리 혹은 폭포를 이용하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마치 '신서유기'에서 각 멤버들이 이기기 위해 서로를 끌어내리고 방해하고 붙잡는 것처럼 이 '신묘한 사다리'도 상대방이 골인에 다가갈수록 '폭포'를 이중으로 빽빽하게 설치해 계속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별다른 미션이 없어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펼치는 발목잡기 레이스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합니다. 운이 좋으면 이중으로 설치한 사다리를 타고 바닥에서 곧바로 최상층까지 이동할 수 있고, 골문 앞에서 이중 폭포를 타고 미끄러져서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몇 번 하다 익숙해지면 참가자간의 약속된 룰을 만들어 게임을 변형시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신묘한에 도착하면 사다리만 설치할 수 있고, 기묘한에 도착하면 폭포만 설치하도록 바꾼다거나, 골문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숫자가 나와야만 하고 만일 숫자가 넘치면 다시 빙글빙글 돌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47번에서 1이 나와야 골인, 2가 나오면 다시 한 바퀴 돌기)

말이 뱅글뱅글 돌고 계속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 영원히 안끝나는 거 아닐까 싶지만, 이 게임도 '신서유기'처럼 욕심을 부리다가 자기 꾀에 자기가 걸려서 망하기도 하고, 행운 한 방에 1등이 되기도 하는 인생게임입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보드 게임이라 시종일관 깔깔깔 웃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이 게임을 하다보니 '신묘한 알까기'도 정말 궁금해지더라구요. 다음에 또 쇼핑몰에 놀러가면 장난감 코너에서 '신묘한 알까기'도 업어와야 겠습니다. 집에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고 싶을 때 '신묘한 사다리' 게임을 한 번 해보세요. 집안에 웃음꽃이 활짝 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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